“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그러나 그대 모두 귀 기울일 때 노래는 멀리멀리 날아가” ('나의 노래' 중에서)
쓰러져가는 한국의 포크 음악은 두사람의 재능있는 음악인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였다. 민중가수라는 주위의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Rock과 Folk의 완벽한 결합을 이뤄낸 4집 (1995년)의 발표 이후 90년대 주목할 만한 음악인이 된 안치환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들려줬던 김광석. 하지만 한 사람은 그의 재능을 다 꽃피우지 못한 채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일반 대중들에게 그의 존재를 알렸던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담긴 동물원의 1,2집은 80년대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은 걸작으로 기록되었지만 음악에 대한 자세의 차이로 전문적인 음악인이길 원했던 김광석은 1989년, 결국 동물원을 떠나 ‘기다려 줘’, ‘너에게’를 담은 1집을 내놓으며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하지만 ‘사랑했지만’,’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담은 2집 (1991년)까지는 그저 노래 잘 부르는 라이브 가수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1992년, 김광석 음악의 전환점이 된 3집을 통해 그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나의 노래’ (원제는 ‘노래’) 는 그러한 작업의 산물이었다. 이듬해 리메이크의 형식을 빌어 노찾사,동물원 시절에서부터 3집까지의 곡들을 재녹음해서 내놓은 [다시 부르기 1]은 원곡을 능가하는 리메이크곡이 없다는 전례를 뒤집으며 음악인로서의 위치를 다지는 중요한 작품이 되었고 수록곡 중 ‘이등병의 편지’는 군입대하는 젊은이들의 송별곡처럼 불리웠다.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면모와 더욱 진지해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일어나’를 수록한 4집 (1994년)과 이정선, 양병집, 한대수 등의 곡들을 리메이크했던 [다시 부르기 2] (1995년)은 조동익 밴드의 뛰어난 연주가 빛을 발한 작품이었고 1990년대 한국적 포크-록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는 좌절하고 말았다.
‘일어나’와 같은 현실 참여의 곡들을 들려주고 싶었던 그에게 팬들은 계속 사랑 노래만을 불러주길 강요했고. (실제로 김광석은 공연 무대에서 ‘사랑했지만’을 부르길 꺼려했었다.) 달라진 현실을 뒤로 한채 서른 셋 생애를 마감했다. 어찌 보면 편안함을 원했던 우리가 그에게 고난의 길을 걷게 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서른 즈음에'중에서)
아직도 많은 대중들은 그를 가창력 뛰어난 가수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일어나’, ‘나의 노래’ 같이 진지한 삶에 대한 표현을 담은 노래는 진정 그가 들려주고자 했던 음악이 무엇이었는지를 지금껏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언제나 웃음띤 얼굴에 “행복하세요”라고 끝인사를 하던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많은 이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간다는 느낌, 그리고 수년전 세상을 떠난 외국 음악인에 대한 트리뷰트 음반은 있어도 그를 추모하는 제대로 만든 음반은 못 만드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회의가 과연 나만이 갖는 생각일는지 ?
(솔직히 말해 몇해전 나왔던 [ANTHOLOGY 1 - 다시 꽃씨 되어]는 부족함이 많은 음반이었다.....)
* 디스코그래피
1집 (1989년. 서울음반) – 기다려 줘, 너에게
2집 (1991년. 문화레코드) – 사랑이라는 이유로, 사랑햇지만
3집 (1992년. 서울음반 / 신나라뮤직 재발매) – 나의 노래, 나무, 외사랑
다시 부르기 1 (1993년. 서울음반 / 신나라뮤직 재발매) – 이등병의 편지, 광야에서
4집 (1994년. 신나라뮤직) – 일어나, 서른 즈음에
다시부르기 2 (1995년. 신나라뮤직) –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불행아, 바람과 나
노래 이야기 – Live (1996년. 삼성뮤직 / 락레코드 재발매)
인생 이야기 – Live (1996년. 삼성뮤직 / 락레코드 재발매)
Collection - My Way (3CD + 1DVD) (2002년. 33 Music)
김광석 (2Disc DVD) (2002년. 비트윈)
(사족) [다시부르기 1]은 수록곡 내용이 다른, 2가지 판본이 있습니다. 과거 1993년 서울음반을 통해 처음 발매될 당시, LP/Tape의 수록곡과 CD의 수록곡이 달랐죠...
이후 킹레코드 (지금의 신나라뮤직)을 통해 재발매되면서 서울음반의 CD버전('이등병의 편지' 라이브 버전 수록된...)으로 나왔지만 1999년 다시 과거 LP버전으로 2차 재발매.....
Posted by jazz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