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란 이런 것”
4세대 대표 케이팝 그룹 아이브(IVE, 안유진-장원영-가을-리즈-레이-이)가 더욱 성숙해진 음악과 퍼포먼스로 KSPO돔을 가득 메운 8천여명의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지난 10~11일 양일에 걸쳐 서울 송파구 KSPO돔(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선 걸그룹 아이브의 첫번째 월드 투어 <SHOW WHAT I HAVE> 앙코르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지난해 10월부터 9개국 27개 도시를 거치면서 진행된 대규모 공연은 처음 시작되었던 서울에서 두번째 팬들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지난 2021년 12월 정식 데뷔한 이래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만에 많은 그룹들이 선망하는 무대인 KSPO돔에 입성한 아이브는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자신감이 넘쳤다. “서울이여! 내가 왔다”를 외치는 리더 안유진의 넉살 좋은 인사말은 그저 웃음을 유발하는 도구만은 결코 아니었다
그동안 아이브는 ‘Eleven’을 필두로 ‘Love Dive’, ‘After Like’, ‘I Am’ 등 당당한 자아를 표현한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역시 전래 동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해야’를 앞세워 여전히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서울 앙코르 공연은 그동안 아이브가 내놓은 곡들을 5인조 세션 밴드와의 협업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색다른 무대로 꾸며져 박수갈채를 받았다.
5인조 세션 밴드와의 멋진 협업
최근 케이팝 콘서트의 아쉬움 중 하나는 미리 녹음된 반주 중심으로 꾸며진 무대 연출이었다. 스튜디오 녹음에 기반을 둔 연주라는 점에서 이질감을 최소화하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 뭔가 생동감 있는 콘서트의 매력을 다소 상쇄하는 약점을 드러낸다. 반면 아이브는 오프닝 VCR 화면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강렬한 기타와 드럼 선율로 공연의 문을 연 ‘I AM’ 부터 공연장을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워 넣었다.
기타+베이스+2키보드+드럼 조합의 5인조 세션 밴드라는 새로운 날개를 단 아이브는 그 어느 때 이상으로 열정적인 무대로 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날 세트 리스트의 절반 이상을 원곡의 틀을 크게 흔들지 않는 밴드 편곡으로 재해석한 기획에 힘입어 리더 안유진의 고음부 열창은 더욱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여섯 멤버들의 고른 가창력을 감상할 수 있는 발라드 ‘Shime With Me’와 통통 튀는 팝 넘버 ‘Off The Record’ 등을 재치 넘치는 입담과 함께 소개한 아이브는 곧이어 가을+레이, 원영+리즈, 유진+이서의 조합으로 유명 팝 음악을 본인들만의 매력을 담아 재해석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스스로도 뿌듯했던 앙코르 콘서트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VCR 상영에 뒤이어 ‘섬찟'(Hypnosis)의 연주와 더불아 다시 한번 세션 밴드와의 협업에 나선 아이브는 ‘Accendio’, ‘Love Dive’,’Kitsch’,’After Like’로 쉼없이 이어지는 히트곡 대향연으로 다시 한번 KSPO돔 장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리더 안유진은 “큰 공연을 준비하느라 저와 멤버들도 시간을 많이 쏟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면서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 다시 한번 공연을 통한 재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일본인 멤버 레이는 “지금 날씨는 여름이고 덥지만 지금 여기 다이브가 모여준 모습이 봄날의 벚꽃같아서 너무 아름답다”라며 다이브(아이브 팬덤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막내 멤버 이서는 “제가 정말 예전부터 멋진 아이돌이 되어서 월드 투어를 해 보고 싶다고 꿈이 있었다”라며 자신의 소망을 이룬 벅찬 기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약3시간여에 달하는 공연을 통해 아이브는 성장이란 무엇인지를 밴드 라이브를 통해 제대로 증명했다. 이쯤되면 스스로도 뿌듯함을 가져도 좋을 법한 월드투어의 기분 좋은 출발이 아닐런지.
어린이 관객들의 열띤 호응…여타 케이팝 공연에선 볼 수 없는 진풍경
이날 아이브의 콘서트에는 안유진의 예능 동료 <뿅뿅 지구오락실>의 이은지, 미미(오마이걸) 등이 참석해 뜨거운 성원과 신나는 춤동작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선 몇가지 특이한 점이 목격되었다. 보통 일반적인 케이팝 행사는 비교적 젊은 관객+해외팬들의 참여 비중이 높은 데 반해 아이브의 서울 콘서트에선 유독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입장하거나 친구 혹은 형제 자매들과 함께 객석을 채운 어린이 관중들이 제법 눈에 띄였다.
치열한 예매 경쟁 때문에 자녀들의 입장권만 구하게 된 일부 부모님들은 공연장 밖에서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행사 종료에 맞춰 출구 쪽에 줄지어 마중나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초통령’이라는 애칭 답게 어린이 관객의 비율이 적지 않다보니 여타 걸그룹 콘서트에서 자주 접했던 남성 관객들의 우렁찬 함성 대신 초등학생 중심의 앳띤 목소리로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광경은 보는 이들을 흐믓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폭염 속에 열리는 콘서트이다 보니 자칫 안전 사고 우려도 존재했지만 주최측이 야외 공간에 대형 천막 및 산업용 에어컨을 배치했고 웬만한 극장 못잖은 KSPO돔내 냉방이 이뤄지면서 비교적 쾌적한 환경 속 관람이 이뤄졌다. 일부 콘서트에서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고압적인 태도의 진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퇴장 무렵에는 혼잡한 현장에서 안전 요원들이 부모님에게 무사히 어린이 관객들을 인솔해줬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