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을 경험한 2020년 이후 케이팝 시장은 이전 대비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직접적인 해외 활동의 경로가 차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 또는 SNS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오히려 판 자체를 키워 나갔다.
‘숏폼’ 중심의 짧은 분량의 영상에 알맞은 2분 내외의 런닝타임 곡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그 결과 많은 팀들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선공개곡 ‘WIFE’에 이어 두번째 정규음반 <2>를 내놓은 (여자)아이들은 지난 3-4년 사이 음원 중심의 인기를 뛰어 넘어 음반, 콘서트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대중성과 팬덤 모두를 사로 잡은 대표 그룹으로 손꼽힌다.
프로듀서 역할을 겸하는 리더 전소연의 진두지휘하에 이 5인조 걸그룹은 “초대형 기획사들이 아니면 안된다”는 인식을 뒤집어 놓음과 동시에 언제나 당당하고 태도, 다채로운 악곡과 댄스 퍼포먼스로 기대에 부응했다. (여자)아이들 특유의 당당함이 녹아 있는 <2> 역시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메가 크루 댄스 퍼포먼스로 시선을 압도한 ’Super Lady’
‘TOMBOY’ , ‘퀀카(Queencard)’의 뒤를 잇는 신보의 머릿곡 ’Super Lady’는 말 그대로 물량 공세의 결정체로 손꼽을 만 하다. 메인 래퍼 역할을 겸하는 전소연이 고음역대로 노래하는 “I am the top, super lady” 라는 인트로와 더불어 뮤직비디오 및 <스트릿 우먼 파이터2> 커스틴과 손잡고 완성한 퍼포먼스 동영상은 웬만한 콘서트 이상의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만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저 멀리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서 마돈나, 비욘세, 레이디 가가, <101 달마시안> 크루엘라 등 다분히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대중 문화 속 화려한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 의상, 세트 구성은 음반 선주문 180만장을 기록할 만큼 초대형 그룹으로 성장한 (여자)아이들의 드높은 위상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역동적인 베이스 라인을 따라 구성된 3개의 단락은 2분 40초 가량의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묘한 매력을 뽐낸다. 다만 이와 같은 구성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팬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새롭다기 보단 익숙한 이미지와 형식의 결합, 곡 전반부의 역동성이 후반부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느낌도 함께 선사한다. ‘Super Lady’는 현재 (여자)아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의 경계선처럼 다가온다.
정규음반 치곤 짧은 구성…요즘 트렌드 반영?
<2>에서 발견되는 의외의 매력은 민니 + 프로듀싱팀 브레드비트(BreadBeat)이 완성한 수록곡의 존재감이다. 단순 명료한 비트로 꾸며진 ’Vision’, 기타 리프 중심의 영어곡 ‘7Days’ 는 수록곡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공개와 더불어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편, 해를 거듭할 수록 머릿곡 및 수록곡의 재생시간이 짧아지는 추세를 <2>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총 8곡이 담겨있지만 러닝타임은 불과 21분을 넘지 않는다. 선공개 곡으로 소개된 ’WIFE’만 해도 단 2분 짜리 악곡으로 완성되었다. 이렇다보니 이 팀이 지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분이란 시간은 일종의 제약 처럼 작용한다.
<2>, 그리고 ‘Super Lady’는 분명 정상에 올라선 팀이 표현하는 자신감 그 자체임은 분명해보인다. 반면 이들에 대한 기대감과는 살짝 다른 질감의 내용물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여자)아이들이 향후 나아갈 경로의 갈림길 또한 이 음반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가사 논란…건강한 토론 vs 상업적 마케팅 수단
<2>의 발매와 별개로 지난주 (여자)아이들은 선공개 곡 ’WIFE’ 가사로 인한 선정성 논란으로 인해 화제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다. (여자)아이들 다운 파격적 시도는 다양한 토론을 유도했지만 한편으론 정규 음반 <2>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 놓는 마이너스 요소로도 작용했다.
창작의 자유 측면에선 도발적인 가사의 등장 또한 분명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시도로 보여진다. 반면 일체의 19세 제한 표시 없는 공개에 대해선 노이즈 마케팅 등의 날선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19세 제한’이 적용된 노래가 포함된 음반, 음원은 미성년자의 구매 및 이용이 원칙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매 제약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보통 해외 유수의 팝스타들만 보더라도 동일 곡이더라도 가사 내용의 수위에 따라 ‘Explicit Version’, ‘Clean Version’ 등으로 나눠 발표하거나 음반에 ’Parental Advisory – Explicit Content’ 스티커를 붙이는 등 자율규제를 진행한다. 이를 감안하면 ‘WIFE’는 아티스트 또는 기획사 측의 대응에 대한 의심을 지닐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보여줬던 당당함과는 배치되는 대응은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