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화려한 불이 꺼졌다? 지난 5월 미국 작가조합(WGA)가 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이달 들어선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 이하 배우조합)까지 파업을 진행하면서 영화, 드라마, TV쇼 제작이 중단되었다. 이에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는 차기작 개봉 일정을 연기, 혹은 무기한 보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명 톱스타들 또한 파업 지지 및 동참을 선언한 상태다. 영화 <오펜하이머> 주요 출연진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열린 영국 런던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곧바로 떠나는가 하면 <미션 임파서블> 톰 크루즈, <바비> 마고 로비 등은 얼마전 신작 홍보활동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배우조합과 작가 조합의 파업은 각각 1980년, 2007년 이래 처음이며 두 조합이 동시에 파업을 진행한 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배우노조를 이끌었던 1960년 이후 무려 63년만의 일이다.
국내 시청자, 영화팬 입장에선 “돈 잘 버는 스타들이 왜 파업을 하지?”라는 의야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복잡한 속내가 담겨져 있다. 이번 할리우드 동반 파업을 야기한 장본인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및 넷플릭스 등 OTT 업체, 그리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중인 A.I 기술이라고 해당 조합 측은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양대 노조의 입장은 공통점과 약간의 차이점을 담고 있다.
AI 활용에 따른 일감 축소, 권리 침해
작가들은 챗GPT 등 A.I 기술로 기존 내용을 재조합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기본 틀을 A.I가 만들어 놓으면 작가가 약간의 살을 붙이는 식의 보조 수단으로 업무를 축소시키면 그만큼 자신들이 받을 수 있는 수입 축소 같은 불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배우들은 딥페이크 기술에 따른 초상권 침해 등을 비판하고 있다. 이미 촬영된 영상을 재조합하면 굳이 기존 인간 배우들에게 출연료 주고 다시 쓸 필요 없이 새로운 영화 촬영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연, 단역, 엑스트라 배우 할 것 없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영향력있는 톱스타들도 현재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재방료가 사라졌다
일반적인 TV 드라마는 재방, 삼방 등 여러 차례 방송이 이뤄질 때마다 그에 따른 비용, 이른바 재방료를 배우, 작가들에게 지불해왔다. 그런데 OTT에선 이와 같은 개념이 사라졌다. 소액으로 고정된 로열티만 당사자들에게 지급하다보니 이에 따른 불만이 해를 거듭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쌓인 것이다. 이에 대해 양대 조합은 합당한 금액의 재방료 책정 및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처우 개선 + 정당한 이윤의 재배분
이들 작가+배우조합은 대형 스튜디오, OTT 업체들을 상대로 공정한 이윤 분배, 작업 환경의 개선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방송가는 OTT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제작 시즌의 길이, 규모가 짧아진데 반해 계속 신작을 쏟아내야 하는 등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없다는 것이 작가 조합의 주장이다. WGA 측은 메인 작가 기준 평균 연봉이 10년전 대비 4% 하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상 산업 업계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추천만달러 규모 연봉을 받는 초대형 스튜디오, OTT 업체 CEO들에겐 그저 남의 일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특히 작가조합은 지난 5월 30일 넷플릭스, 미국 NBC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성명을 발표하며 비판에 나섰다.
보이지 않는 해결의 실마리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차 “작가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공정한 처우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언급할 만큼 작가-배우 조합의 파업에 힘을 실어준 바 있지만 이번 단체 행동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양대 조합과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대립이 첨예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자칫 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동판 파업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할리우드는 약 40억달러 규모 이상의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