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플래시’ DC 워너 자존심 되찾나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플래시>(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가 우여곡절 끝에 공개되었다. 지난 14일 한국 첫 개봉된 <플래시>는 2013년 <맨 오브 스틸>부터 시작된 DCEU 시리즈의 최종작이면서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DC 히어로 영화의 대반격을 알리는 작품이다.

각종 해외 연예 기사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주연 배우 에즈라 밀러가 각종 범죄에 연루되면서 자칫 영화가 사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하지만 워너+DC 측이 스스로 폐기처분했던 <배트걸> 달리 그대로 밀어 부치면서 간신히 <플래시>는 간신히 생존에 성공했고 이제야 빛을 보게 되었다.

​<저스티스 리그>의 일원이지만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에 비해선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인지도 및 인기가 높지 않은 히어로라는 약점을 지녔지만 이를 메우기 위해 <플래시>는 특단의 조치(?)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로 했다. 바로 DC의 간판 스타 배트맨과 슈퍼맨의 사촌, 슈퍼걸을 투입하면서 이야기와 볼거리를 강화하기에 이른다.

​시간을 거슬러…두 명의 플래시, 그리고 배트맨의 등장

<저스티스 리그>가 지구를 구해낸 이후의 어느 시점, 여전히 배리 앨런/플래시(에즈라 밀러 분)는 늘 지각해는 사원/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라는 이중생활을 이어 나간다. 팔코네 악당의 유독 무기 탈취, 센트럴 시티의 붕괴라는 위협도 거뜬히 처리하는 배리지만 그에겐 당장 중요한 일이 하나 걸려 있었다.

​바로 어머니의 살해 용의자로 복역중인 아버지의 재판이 곧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브루스 웨인/배트맨(벤 애플렉 분)의 도움으로 사건 당일의 CCTV 영상을 구하긴 했지만 부친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배리에겐 엄청난 스피드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이 있었고 이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의 이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생각한 것은 예전으로 돌아가 몇가지 사항을 바꿔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결과는 대성공…처럼 보였지만 배리가 생각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발생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일 뿐만 아니라 슈퍼맨이 물리쳤던 <맨 오브 스틸> 크립톤 행성의 조드 장군(마이클 새넌 분)이 다시 지구를 공격하게 된 것이었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 미래는 정말 나아질까?

배리가 바꿔 놓은 과거 덕분에 사이보그, 슈퍼맨, 원더우먼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배리는 브루스 웨인을 찾아가지만 낡은 대저택에 은신중인 웨인은 그가 예전에 알았던 그 인물이 아닌, 전혀 다른 배트맨(마이클 키튼 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략난감해진 배리는 과연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의 심적 갈등은 결국 이 영화의 결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시공간 속의 달라진 캐릭터들을 극에 등장시키면서 <플래시>는 마치 DC코믹스의 올스타전 마냥 관객들이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하도록 묶어두는데 성공했다. 벤 애플렉, 마이클 키튼부터 조지 클루니에 이르는 최근 30여년에 걸친 배트맨을 한자리에 모았을 뿐만 아니라 1950-60년대 흑백 TV 시절의 슈퍼맨, 배트맨까지 소환하기에 이른다.

​급기야는 1970년대 슈퍼맨(고 크리스토퍼 리브), 1980년대 슈퍼걸(헬렌 슬레이터), 기획 단계에서 무산되었던 팀 버튼 감독 버전의 슈퍼맨(니콜라스 케이지)까지 화면에 등장시키는 상상초월의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마블과 닮은 듯 다른 DC만의 방식으로 멀티버스를 소화하면서 워너+DC는 자신들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플래시>를 만든 것이다. 적당한 유머, 적절한 액션과 화려한 CG를 결합시킨 덕분에 모처럼 히어로 명가의 자존심도 되찾을 수 있었다.

DC 영화의 미래, 기대해도 괜찮을까?

​이번 작품 <플래시>를 끝으로 기존의 DCEU를 마감하고 워너+DC는 새로운 개념의 DC 유니버스로 일련의 히어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블루 비틀>, <아쿠이맨과 로스트 킹덤>이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내년 예정된 애니메이션 <크리처 코맨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작, 리부팅 작품들로 명가 재건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독자 행보 속에 제작되는 <더 배트맨>, <조커>의 속편 역시 기대를 모을 만 하다. <플래시>의 탄탄한 완성도를 그대로 이어 받을 속편 대신 새로운 세계관 시리즈 제작을 선택했지만 수년에 걸친 지리멸렬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워너+DC에겐 자신감의 회복이기도 하다.

​1970-80년대 <슈퍼맨>과 <배트맨>을 기억하는 올드 세대 부터 요즘의 젊은 영화팬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선택에 힘입어 <플래시>는 올해 상반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와 더불어 정체기를 맞이했던 히어로 영화의 재도약을 이끌어줄 전망이다. 새로운 수장 제임스 건 감독 영입 이후 활기를 되찾은 DC 영화의 전성기 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쿠키영상은 1개다. 술에 취한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 때문에 난감해진 플래시…한마디로 개그짤이다. 향후 개봉될 아쿠아맨 2편 등 작품과는 딱히 연관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

#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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