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미디어 권력이 빠른 속도로 OTT로 옮겨지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모바일 기반의 OTT 서비스는 기존 지상파+케이블 TV의 이용자들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면서 각종 드라마, 예능에 걸쳐 확고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업체들과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토종 서비스들은 2023년 상반기에도 가입자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고 다채로운 작품들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대전쟁에 가까운 경쟁에서도 여전히 넷플릭스의 입지는 탄탄대로였다. <오징어게임>(2021년), <수리남>(2022년) 등 매년 화제작을 양산했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차례로 나눠 공개한 <더 글로리>가 신드롬 급 인기를 얻으면서 “OTT=넷플릭스”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했다.
반면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타 업체들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거액을 들여 투자한 작품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일부 업체는 CEO 사퇴, 기업 매물 등장 등 악재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각 OTT의 명암은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예전 같지 않다지만…부동의 1위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2023년 상반기는 단 한 단어로 설명된다. <더 글로리>. 학원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고 각종 패러디 물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극중 수많은 대사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더 글로리>는 2023년 상반기 대한민국 대중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있다.
지난해 광고요금제 도입, 올해 들어선 공유 제한 추진 등으로 이용자들의 반발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확실한 콘텐츠의 존재는 이러한 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밖에 넷플릭스는 예능에서도 약진을 펼쳤다. 재촬영 의혹 등 잡음이 옥의 티이긴 했지만 <피지컬100>은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 잡을 만큼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반면 상대적으로 타 콘텐츠들의 약세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에 걸쳐 공개된 <솔로지옥2>는 시즌 1 대비 화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택배기사>, <퀸메이커> 등의 시리즈물, <길복순>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등 독점 영화 등은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받았다. 연초 대비 감소한 이용자수 (월간앱 활성 이용자수 1월 1257만명–> 5월 1153만명, 모바일인덱스 집계)는 여름 시즌에 접어든 요즘의 약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토종 OTT 늘어나는 적자…어찌하오리까
넷플릭스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국내 서비스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넷플릭스에 견줄만한 화제작 부재는 이들의 부진에 부채질을 가속화했다. 지난해 KT의 시즌과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티빙은 tvN과 종편 콘텐츠를 중심으로 <방과후 전쟁활동> 같은 자체 드라마을 앞세워 국내 OTT 서비스 1위에 오르긴 했지만 2022년 119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실적 부진은 양지을 대표가 이달초 사의를 표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SKT와 지상파3사 연합의 웨이브는 더욱 사정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1217억원 영업 손실을 봤고 하반기 월간활성이용자수에서 티빙, 쿠팡플레이 등에 역전을 허용할 만큼 한때 토종 OTT 1위의 자존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상파TV의 약세는 자연스럽게 웨이브의 이용 빈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피의 게임2>등 일부 독점 예능이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타사와의 경쟁을 이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왕좌의 게임>, <웨스트월드>, <체르노빌> 등 미국 HBO 인기 시리즈물의 계약이 이달말로 종료되는 등 킬러 콘텐츠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쿠팡플레이의 약진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내한 경기 독점 생중계로 화제를 뿌린데 이어 올해 들어선 프로축구 K리그 중계 등 스포츠 콘텐츠 강화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비상선언>, <존윅4> 독점 공개 등 극장 화제작 방영 등도 뒤를 이으면서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는 티빙(515만명)에 근접한 431만명에 육박했다. 다만 이와 같은 성과에 대해선 콘텐츠의 힘보단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쇼핑 서비스 쿠팡 효과의 덕분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콘텐츠팀 해체한 디즈니+, 여전히 존재감 없는 애플TV+
넷플릭스의 약진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해외 서비스도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11월이면 한국 서비스 2주년을 맞게 되지만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핵심 서비스인 마블과 디즈니 극장판 영화의 흥행 부진까지 물리면서 현재의 부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 시청자들을 겨냥해 속속 내놓은 드라마와 예능들은 일반 사용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2차례 나눠 공개한 <카지노>가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유의미한 성과를 냈지만 용두사미급 결말로 인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얼마전에는 드라마 제작 업무를 담당하는 국내 콘텐츠팀 인력을 모두 정리했다는 모 매체의 단독보도가 나올 만큼 내년 이후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드라마 제작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또 다른 해외 OTT 애플TV플러스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2021년 방영한 <닥터 브레인> 이후 한국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는 전혀 제작하지 않고 있다. <슬로 호시스>, <테드 래소> 등 양질의 작품이 속속 공개되고 있지만 애플 기기에 특화된 서비스, 타 업체 대비 부족한 작품 수 등은 애플TV플러스의 한국 내 입지를 더욱 미미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