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198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 중에선 독특한 재미와 감성을 담은 작품이었다. <레이더스>(1981년)을 시작으로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1984년), <인디아나 존스와 최후의 성전>(1989년)으로 이어진 초기 3부작은 중절모와 채찍 하나로 보물 찾기에 나선 고고학자의 모험담을 유머, 액선의 적절한 조화로 표현해낸 수작이었다.
비록 중동, 인도 등 동양 문화권에 대한 서양인들의 왜곡된 시선이 반영되었다는 비판이 존재했지만 이를 뛰어 넘는 수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조지 루카스+찰리 카우프먼+로랜스 캐스단 등이 탄생시킨 멋진 캐릭터와 이야기,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천부적 감각이 결합된 결과 덕분이었다. 오랜 휴식기 끝에 나왔던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7년)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고학자 ‘인디’의 끝없는 여정은 여전히 21세기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툼 레이더>, <언차티드> 같은 게임 부터 <내셔널 트레저>, <다빈치 코드> 등의 영화, 소설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그가 연기한 존스 교수의 존재감은 이 영화가 오랜 중단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후속편의 끈을 놓지 않도록 당위성을 마련해줬다.
전편과 더불어 역시 오랫동안 제작이 늦어졌던 5편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제법 많은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40여년에 걸친 인디의 마지막 모험, 그리고 이 역할을 담당해준 배우 해리슨 포드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대작이라는 점에서 집중해서 봐야할 이유를 담고 있다. 그리고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정년 퇴임한 존스 교수…그를 찾아온 의문의 인물들
영화의 시작은 1944년 나치 독일의 패망을 1년 정도 앞둔 시점으로 시간을 돌려 놓았다. 당시 유럽, 아프리카 전역의 고미술품, 유물 등을 수집하던 히틀러의 욕망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인다아나 존스와 동료 영국 교수 바질 쇼(토비 존스 분)은 독일군의 손아귀에 들어간 고대 유물 ‘안티키테라’를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가운데에 뛰어 들었다.
그때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도 여러 번 맞이했지만 늘 슬기롭게 위기를 넘긴 존스 교수는 기어코 자신이 찾던 물건의 반쪽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런데 안티키테라를 찾는 건 독일 학자 유르겐 폴러 교수(메즈 미켈슨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반쪽까지 얻게 된다면 시간의 틈새를 뚫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를 얻게 된 후 세월이 지나 1969년이 되었다. 이제 달 탐사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나름 첨단 과학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제 존스 교수가 강의하는 고고학은 그저 하품하는 학생들의 지루한 강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대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군대에 입대했던 아들은 전사했고 아내 메리언(캐런 앨런 분)도 결별, 이혼이 임박한 상태다. 그런 존스 교수의 앞에 쇼 교수의 딸 헬레나(피비 월러 브릿지 분)가 불쑥 찾아온다. 그 뒤를 이어 죽은 줄 알았던 폴러 교수와 나치의 잔당들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그때의 감성 되살린 이야기
요즘의 젊은 영화팬들에겐 <인디아나 존스>는 사실 낯선 존재나 다름이 없다. 오랜 기간 시리즈가 중단된데다 1980년대 대작들에 대한 기억 조차 없는 이들에겐 그저 흔하디 흔한 예전 오락물 정도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드 팬들에게 <인디아나 존스>는 모험과 액션, 보물찾기와 그 속에 담긴 유머 등에 힘입어 어린 날의 추억과도 같은 존재였다.
‘엠파이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같은 해외 영화, 연예 잡지에서 최고의 캐릭터 중 한명으로 ‘인디아나 존스’를 선정해온 건 고고학자와 히어로라는 서로 양립하기 쉽지 않은 이질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담아낸 영화, 그리고 해리슨 포드의 공로 덕분이었다. <스타워즈>의 한 솔로 역으로 주목 받는 배우로 떠오르긴 했지만 아직 할리우드에서 입지가 두텁지 못했던 해리슨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나면서 일약 스타의 반열로 올라섰다.
이번 최종회 5편은 비록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대신 <울버린>, <포드 vs 페라리>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지만 1980년대 감성을 되살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깃들여졌다. 최첨단 CG를 활용해 현재 팔순 나이를 넘긴 해리슨 포드를 패기 넘치는 그 시절 모습으로 재현했고 덕분에 그 시절 기억을 지닌 팬들에겐 추억 이상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멋과 낭만이 담긴 최종편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늘 그렇듯이 보물 하나를 놓고 악당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존스 교수 일행의 모험담이라는 점에서 평이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사건과 소동은 150여분에 걸친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 없이 재미를 선사한다. 그동안 연출력은 인정 받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부족했던 맨골드 감독으로선 스필버그 감독의 기운을 흡수라도 한 것 마냥 재기발랄함을 곁들이며 흥미진진한 모험의 마지막을 훌륭하게 매듭지었다.
존스 – 여성 동반자 – 소년이라는 3인 구성의 조합 또한 과거 윌헬미나 윌리 스콧(케이트 캡쇼 분) 쇼티 라운드(키호이콴 분)과의 좋은 협업을 담은 2편이 연상될 만큼 그때의 기억을 담기 위한 의도처럼 비춰진다. 예전 작품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캐런 앨런, 존 리스-데이비스(살라 역) 등의 반가운 등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예전 대비 늘어난 CG 장면은 아날로그 액션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와는 분명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젊은 시절의 존스를 되살린 것 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해준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을 장식한 일명 ‘레이더스 마치’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의 빼어난 테마 음악은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또 다시 발휘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최선의 선택으로 <인디아나 존스>의 최종회는 멋과 낭만을 담으며 우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런 시리즈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