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음악방송 37관왕 수상을 필두로 각종 시상식의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휩쓰는 등 당찬 루키 돌풍을 일으켰던 그룹 아이브(IVE,가을-안유진-장원영-리즈-레이-이서)가 첫번째 정규 음반 <I’ve IVE>로 다시 한번 케이팝 팬들을 사로 잡고 있다. ‘Eleven’을 시작으로 ’Love Dive’, ‘After Like’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던 당찬 6인조는 선공개곡 ‘Kitsch’와 타이틀곡 ’I AM’으로 지난해의 성취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음반 판매는 보이 그룹, 음원은 걸그룹”이라는 속성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100만장 판매고도 가볍게 달성할 만큼 이제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믿고 보고 듣는 팀“의 이미지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자기애, 당당함, 자유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그룹의 정체성을 일련의 인기곡들을 통해 확립한 아이브는 <I’ve IVE>에서 더욱 확고해진 자신감으로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고풍스럽거나(‘Eleven’, ’Love Dive’), 경쾌하면서 복고 감성의 집합체(‘After Like’)와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로 채워진 선공개곡 ’Kitsch’로 살짝 변화를 도모한데 이어 2주 후 발표된 ‘I AM’은 자신만만한 아이브의 요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꾸준히 아이브와 협업하면서 팀의 색깔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프로듀서 라이언전의 존재감은 이번 정규 음반에서도 여전히 큰 비중을 지닌다. 11곡 중 9곡의 작곡과 편곡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그는 멤버들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악곡에 반영하면서 ’I AM’에선 비교적 고른 멤버 활용을 이끌어 낸다. 리즈, 안유진의 탄탄한 보컬을 도화지 삼아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로 수채화 물감 마냥 그림을 그려 나간다.
”That’s my Life is 아름다운 갤럭시 / Be a writer 장르로는 판타지
내일 내게 열리는 건 Big big 스테이지 / So that is who I am“
탄탄한 질감의 드럼과 베이스로 역동성을 가미하고 후반부로 이어질 수록 분위기를 극적으로 몰아 넣는다. 그리고 멤버 전원의 합창으로 채워 넣은 후렴구를 통해선 화끈한 한방이 담긴 감정선을 드러낸다 ”확신의 타이틀 곡“이란 표현이 적합할 만큼 단언컨대 음반 수록곡 중 가장 뚜렷한 인상을 심어준다. 당당하고 주체적인 삶을 녹여낸 김이나의 가사는 ‘I AM’ 뿐만 아니라 이 음반 <I’ve IVE>의 주제를 함축해서 담아내고 있다.
수록곡에선 그간 보여준 활동곡에서 보여줄 수 없는 다채로움을 드러낸다. 공연시 오프닝 곡으로 적합해 보이는 ’Blue Blood’를 필두로 또렷한 멜로디 라인을 지닌 ‘궁금해(Next Page)’, ‘Not Your Girl’ 등은 저절로 콧소리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매력을 담고 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낸 ‘Shine With Me’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진 아이브의 보컬로 곡이 지닌 의미와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배제하고 오로지 목소리 하나로 따뜻한 햇살의 기운을 이어폰 넘어 귓가를 어루만져준다.
돌이켜보면 아이브의 출범은 사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그룹 활동을 해왔던 멤버들을 축으로 다시 팀을 결성한다는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예상을 뛰어 넘어 초대박 성공을 이뤄냈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장원영, 안유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활동이 쌓이면서 다양한 능력치를 과시하는 등 6명 조합의 이 팀은 대세 중의 대세로 우뚝 올라섰다.
패션 잡지 속 멋진 선망의 주인공부터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집 소녀의 이미지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마련해온 아이브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각광받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하이브-SM-YG-JYP 등 초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들에 견줄 수 있는 중견 기획사(스타쉽)의 자존심도 마련했다. 첫 정규 음반 <I’ve IVE>는 그런 점에서 신인의 틀을 어느 정도 털어낸 아이브의 새로운 도전이자 자신감의 피력인 것이다.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 올라 /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I AM’) 노랫말 처럼 아이브가 걷는 길이 이제 곧 길이다.